대구 통일국시 대박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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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6-14 18:38 조회2,89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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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통일은 대박”
2014년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한마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4년 신년사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제시한 지 5일 만이었다. 2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부터 9월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참가로 이어졌다. 2013년 제3차 북한 핵실험으로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었다.
#장면2
“민족 공동 번영의 길”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향하는 길이 순탄치는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갑자기 정상회담을 취소(5월24일)했고, 남북의 지도자는 군사분계선 북쪽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5월2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탄핵된 대통령의 ‘고향’
‘통일’이라는 역사적 소명 앞에 4년을 건너 두 전·현직 대통령이 서 있다. 한 사람은 수인번호를 달았고, 한 사람은 8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대통령 으로선 이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대구 여론은 복잡하다. 불과 2년 전까지 대구는 줄곧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내민 손을 잡은 것은 대구였다.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여론조사(5월25~26일/ 대구 만 19살 이상 전화면접 조사 성인 남녀 804명 응답, 95% 신뢰수준 ±3.5%포인트)를 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19~29살 83.7%, 30대 81.6%, 40대 71.7% 등 탄핵 긍정 평가는 전국적인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정 평가는 32.7%에 머물렀다. 대구는 변했을까. 세대를 나눠 들여다보면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60살 이상 58.1%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것만 봐도 그렇다. 긍정 답변(35.1%)보다 2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50대도 긍정 평가가 절반이 안 된다(48.5%).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 이어 법원의 유죄 선고까지 1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마뜩잖은 여론이 있는 것이다.
탄핵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주제는 또 있다. ‘드루킹 사건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정부·여당이 개입된 대선 조작에 가깝다”는 의견이 40.9%로, 야당과 보수언론의 과도한 트집잡기에 가깝다는 31.7%보다 9.2%포인트 많았다. 50대 50.8%, 60살 이상 57.5%가 대선 조작이라는 데 손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평가와 유사한 흐름이 읽힌다(탄핵 부정 평가 60살 이상 58.1%). 사건의 진실은 대구 여론에 어떤 영향을 줄까. 드루킹 특검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돼 6월 중순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전국 여론과 차이 없어
앞선 두 주제와 달리 남북, 북-미 정세의 변화를 바라보는 대구 민심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남북과 북-미 간 정상회담에 대해 물었더니 “기대가 된다”가 56.6%, “기대되지 않는다”가 39%였다. 30대는 67.8%, 40대는 68.5%로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4월27일 1차 남북 정상회담과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나온 결과다(5월26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조사 시점상 반영되지 않았음). 30·40대만 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5월25일 한반도 비핵화·평화 정착 전망에 66.5%가 “낙관적”, 20.2%가 “비관적”이라고 응답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전국 만 19살 이상 5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인 4월17일 뉴시스의 의뢰로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물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4월15일 전국 유권자 100명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보면 “성과가 있을 것” 40%, “성과가 없을 것” 50%이라고 전망한 것과 대비된다.
달라진 대구의 분위기는 현장에서 곧바로 감지된다.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와 대구 통일교육센터가 여는 ‘열린 통일강좌’는 5월10일 첫날부터 북적였다. 지난해까지 30~40명이던 회당 수강자 수가 60명을 넘어선 것이다. 2002년부터 해온 통일 강좌의 수강자가 50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도 ‘북한의 주체사상’부터 ‘북한의 인권’ ‘미국과 한반도 통일’ 등 녹록잖다. 참가자 대다수가 50대 이상이다. 저녁 7시 강의임에도 열기는 식지 않는다. ‘러시아와 한반도 통일’을 강의하는 정희석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지난해보다 (한반도 이슈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수강자 성향을 진보·보수로 가를 수 없지만 (대구 여론이) 관심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정 교수가 주목한 것은 무엇보다 ‘보수층의 분화’다. 정 교수는 “자유한국당만 아니라 바른미래당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수층도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더 큰 변화를 기대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대구 지역 여론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회담의 성공으로 종전 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지금 남아 있는 부정적 여론도 달라질 것이다.”
‘통일국시’집 사장의 바람
지역 여론의 중심이랄 수 있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통일의 분위기는 조심스럽게 퍼져간다. 지난 5월24일 대구에서 ‘통일국시’라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국수 한 그릇 가격은 3800원이다. 사장인 최태희(42)씨가 상호에 ‘통일’을 넣은 이유는 간단하다. 입소문으로 장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의 컨설팅 덕분이라 한다. “(처음에는) 뜻이 좋아서 하기로 했다. 대구 경기가 너무 안 좋고 뭘 하기에는 묶인 것도 많고… 변해야 발전이 있는데 변하려면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씨의 말에는 정상회담이 통일 분위기로 이어져 대박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섞여 있다. 최씨는 낙관만 하지는 않는다. 그는 “아버지는 전직 대통령 시계를 차고 다닌다”고 했다.
조사 개요
조사방법 : 전화면접조사(CATI)
대상: 대구에 사는 19살 이상 성인 804명
기간: 2018년 5월25~26일
응답률: 21.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가중치 부여방식 :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2018년 4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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